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남들보다 더 똑똑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동물이다. 90%가 넘는 사람들이 지식, 능력, 성격 등 모든 면에서 ‘나는 적어도 평균은 간다’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에서든 다들 일단 내가 남들보다 올바른 소리를 할 확률이 높다는 전제를 깔고 토론에 임하기 때문에 이런 태도를 고치지 않으면 논쟁은 늘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View Highlight)
미국 캔사스주립대의 심리학자 도날드 소시에 교수는 마치 법이 없던 시절 자율방범단 같은 자경단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계도하고 다녔던 것처럼 현대 사회에도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는 일명 사회적 자경단이 있다고 생각했다. 소스를 찍어먹는 게 옳은가 부어 먹는게 옳은가와 같은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크고 작은 의견 차이까지 누군가 혹시 헛소리(나와 다른 생각)를 하지는 않는지 눈을 시퍼렇게 뜨고 다니다가 “넌 틀렸어. 당연히 찍먹(찍어 먹기)이지”라며 자신의 생각을 요요하는 식이다. 이는 유난히 자신의 의견이 우월하다는 생각에 집착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깔아뭉개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통제감과 권력감을 유지하는 행위다. (View Highlight)
각종 차별주의자나 혐오주의자, 테러리스트 같이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명백한 사실 관계를 틀린 경우를 제외하고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의견 차이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남의 삶에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며 타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사람이 된다. (View Highlight)
논리대로라면 모든 면에서 완벽한 신 같은 존재가 아닌 한 자신도 누군가에게 똑같이 비난 받아 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타인은 비난하면서도 자신에 의견에 대한 비판 등은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View Highlight)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 텐데, 불필요한 공격적인 말투나 멍청한 너를 내가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우월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참고로 이런 말투와 태도로는 1 + 1 = 2 같은 자명한 사실도 쉽게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View Highlight)
의견은 가지는 것이지 휘두르는 게 아니라는 말처럼 남의 일은 신경 끄고 내 일이나 신경 쓰는 미덕이 필요해 보인다. 악플을 다는 등 타인을 열심히 비난하고 다니는 경우, 남을 깎아내리는 데서 반짝 내가 상승하는 것 같은 쾌감이나 타인의 삶을 내 손으로 주무를 수 있다는 권력감과 통제감이 따를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모든 무의미한 논쟁들이 그렇듯, 얻는 것 없이 삶이 소모될 뿐이다. 내가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전부 귀담아 듣지 않듯 다른 사람들도 내 의견을 들을 의무는 없으며 내 의견은 나한테만 중요하다는 사실 기억해보자. (View High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