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추리 소설에는 ‘이 세상의 문제들이란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해결할 수 있다.‘라는 다소 낙천적인 메세지가 담겨있다. (View Highlight)
하드보일드는 기존 세계에 대한 반항을 기본으로 하지만,
‘만약 이런 세계에도 뭔가 남아있다면 그걸…’ 이라는 기사도적인 태도가 존재한다.
세계는 썩었지만, 그래도. 라는 일말의 희망.
그것이 하드보일드가 용을 쓰는 결정적인 지향점이다.
아직 하드보일드에는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남아있는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이것은 실제로 해결되거나,
또는 불가피하고 처참하게, 좌절된다. (View Highlight)
결론적으로 하드보일드 속 세계에서,
탐정들은 사건의 완전한 해결과 세계의 복구를 지향하기 보단,
사건의 바탕에 있는 부패한 세계의 온상을 드러내며, 그곳에 있는 자그마한 해결점을 찾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View Highlight)
두 소설 모두 추리 소설의 형식을 일부분 차용하지만, 추리 소설의 최종 지향점인 ‘문제점의 해결방안’까지 도달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세계관이 ‘문제를 생각하면 해결 가능한 세계.‘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재한 세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채택하는 것은 ‘추리 소설’이 내재하는 ‘사건의 탐구성’. 그 자체이다.
불가해한 세상 속에서 이런저런 인과관계를 탐구해보기.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각자가 믿는 실재를 형상화하는 것.
이것이 현대 소설이 추리 소설을 차용함으로써 이뤄내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View Highlight)